영국 환경운동가 폴 콜먼, '그린올림픽' 외치며 중국서 3000㎞ 걸어
“중국 남부 황허(黃河) 근처에서 작은 참새 한 마리를 봤는데 손으로 잡아도 꼼짝 못할 정도로 허약하더군요. 다치지도 않았는데도 축 늘어진 걸로 봐서 독극물에 중독된 것 같았어요. 며칠 뒤 사람들이 주변 밭에 농약을 마구 뿌리는 걸 보고 이유를 짐작하게 됐지요.”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환경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폴 콜먼(54·사진)은 굳은 표정으로 중국 도보 순례 당시를 떠올렸다. 20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다. 그는 “거리나 하천이 온통 쓰레기와 화학물질로 오염된 곳도 있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인 콜먼은 지난 몇 년간 네이멍구 지역에서 황사를 줄여줄 나무 30만 그루를 심어온 ‘중국통’ 환경운동가다. 그런 그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10개월 이상 중국을 걸었다. 지난해 9월 27일 홍콩에서 출발해 북부 톈진까지 약 3000Km를 주파했다. ‘그린 올림픽’을 주제로 곳곳에 나무심기 운동을 펼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 이틀 전인 이달 6일 베이징을 140km 앞둔 톈진에서 걷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당국이 비자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환경운동가를 부담스러워 한 것”이라고 그는 추측했다.
이번에 10개월 넘게 중국을 걸은 이유는 단순히 환경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는 중국인들의 환경의식 변화를 보며 희망을 느꼈다.
“중국 곳곳에 환경보호 간판들이 꽤 많아졌어요. 신문들도 환경문제에 관한 기사를 꾸준히 싣고 있더군요. 대형 수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큰 변화입니다. 중국은 분명 희망이 있습니다.”
걷기를 환경운동의 수단으로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나에게 ‘걸어다니는 것으로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제가 걷는 것을 보고 하루에 한 사람이라도 환경의식에 눈 뜨고, 한 번에 한 가지씩이라도 바뀌면 만족합니다. 끝없이 걷다 보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진희 기자
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2008.08.21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