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바퀴에 아이들의 꿈을 싣다
‘외발자전거’란 말 그대로 하나의 바퀴로 된 자전거를 말한다. 손잡이는 아예 없고 하나뿐인 바퀴를 의지에 균형을 잡고, 허리와 상체의 힘으로 방향을 조절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때문에 외발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보통의 자전거에 수배에 달하는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그만큼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외발자전거를 통해 아이들에게 이런 노력과 끈기, 그 후에 얻어지는 성취감을 가르치고자 하는 선생님이 있다. 바로 솔빛초등학교의 박상철(38) 선생님. 박 선생님은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음으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은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인근 초등학교와 친선경기로 펼쳐진 ‘외발 자전거 마라톤’ 현장에서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Walkholic(이하 WH) 아이들에게 ‘외발자전거’를 가르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박상철(이하 박) : 아이들에게 처음 외발자전거를 가르친 것은 동탄초등학교 신리분교에 재직 중이던 2004년 12월이다. 아이들이 지역적으로나 주변 여건이 도시로부터 소외돼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안타까웠다. 비록 이 아이들이 시골 분교를 다니고 있지만, 서울의 어느 사립초등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신리분교만의 뭔가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외발자전거 타는 소녀를 봤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익히게 해 아이들에게 활력과 웃음을 찾아주고 싶었다. 당장 외발자전거 6대를 사들여 선생님과 아이들은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했다. 결과는 전교생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학교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웃음)
지난 3월 지금의 솔빛초등학교로 옮겨오면서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외발자전거를 가르치고 있다.
WH 왜 하필이면 ‘외발자전거’ 인가?
박 : 외발자전거는 쉽게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수십 번, 수백 번 해야 탈 수 있다. 넘어졌다고 배우기를 멈추면 절대로 탈 수 없다. 즉 자신이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외발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서 끝내 외발자전거를 타기까지 그 경험은 분명히 앞으로 살면서 힘든 역경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밑거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외발자전거는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정직한 스포츠이다. 발로 구른 만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쉬거나, 내리막길이라고 해서 발 구르기를 멈추면 외발자전거는 멈추게 돼있다. 외발자전거는 우리네 인생과 너무나 똑같은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으면 쉬운 일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쉽다고 방심하면 안 되듯 내리막길에서의 외발자전거와 같이 쉽다고 방심하면 안 되는 것 또한 인생 아니겠는가.
WH 외발자전거가 좀 위험해 보일수도 있다. 학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박 : 보통 사람들이 보면 바퀴가 하나라 불안하고 위험해 보이지만 막상 타보면 이륜자전거만큼이나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전거의 원리만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된다. 이륜자전거를 타다 다치는 경우는 자전거와 사람이 같이 넘어지면서 다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외발자전거는 발만 땅에 닿으면 되고, 그렇게 되면 자전거와 사람이 분리돼 오히려 위험하지 않다. 물론 자전거는 앞으로나 뒤로 휭~하니 날아가겠지만.(웃음) 하지만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헬멧, 무릎보호대, 장갑 등의 안전 보호 장비만 꼭 갖추고 탄다면 위험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외발자전거를 타다가 다쳐서 병원을 찾은 경험은 없다.
일단 주변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매우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덕분에 학구 내에서는 이제 일상화가 되었다. 학부모님들도 매우 만족해한다. 평소에 끈기가 부족하고 무언가에 쉽게 싫증을 내는 아이들이 외발자전거를 통해 끈기와 자신감을 배워가는 모습에 가장 만족해한다. 또한 자신의 아이들이 외발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친척집이나 여행지에서 관심을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것 또한 부모님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고.(웃음) 각종 대회를 참가하면서는 새로운 여가 문화의 재미도 만끽하고, “외발자전거가 아니면 언제 전국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경쟁하며 겨루어 보겠냐.”며 흐뭇해한다.
WH 외발자전거를 배우는 아이들의 반응과, 이후 변화는?
박 : 처음에는 호기심 반, 배우고자 하는 욕심 반으로 시작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더 빠른 속력으로 타고 싶고, 더 난이도 높은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 이것이 외발자전거의 매력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시작한 아이들은 요즘은 난이도 높은 기술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각종 대회와 외발자전거가 유명세를 타면서 새롭게 시작한 아이들도 제법 많다. 특히 1,2학년 어린 친구들이 새롭게 시작했다.
변화라 하면 첫째는 도전 정신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렵다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하나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자세는 앞으로의 삶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둘째는 자신감이다. 각종 대회에 참가하여 입상도 하고 상장을 받기도 하고, 남들이 자기를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 준다는 것을 즐기면서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내성적인 아이를 둔 부모님들께서 무엇보다도 만족해하는 부분이다. 셋째는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외발자전거 교실을 운영하는데 보통 하루 참가하면 3‐4시간 정도를 타게 된다. 또 요즘은 마라톤을 대비하여 7‐8km 정도를 라이딩한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요즘은 더 타지 못해서 아쉬워 할 정도로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늘 감기를 달고 있던 아이가 여태 감기 한 번 안 걸렸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WH 학교 측의 지원은 활발한가?
박 : 학교 또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학교 내에 실외 연습봉 설치는 물론 실내 체육관에도 연습봉을 설치해 무덥거나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실내 체육관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별도의 외발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돼 있다. 특히 솔빛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안전 의식을 키워주고자 자전거 면허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적절한 수준의 필기와 실기를 합격한 아이들에게 면허증을 주고는 자동차 면허제도와 유사하게 운영해 보호 장비 및 안전운행을 습관화하고 있다.
워크홀릭 담당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2008.11.2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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